<군의문사 유족들이 청와대에 보내는 공개서한>
“1년 연장해놓고 조사관들 다 내쫓으면,
진상규명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1. 우리 군의문사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자식을 가슴에 묻고 평생 한을 품은채 살고 있습니다. 자식의 죽음 앞에 수없이 통곡하고 때로는 자식을 따라 생을 마감할 결심까지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은 자식을 되살릴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소원은 자식의 죽음에 진상을 밝히는 것입니다. 억울함을 밝히고 명예를 되찾아 주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지금껏 버티어왔습니다.
그리고 2006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되어, 우리 유가족의 희망이 조금씩 빚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의혹이 하나둘 풀렸고, 일부는 국립묘지에 안장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비록 일부에 불과하지만, 우리 유가족들은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2. 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은 3년 한시법으로 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가 출범하고 애초 예상했던 진정의 2배인 600건이 접수되었습니다. 위원회 활동기간의 연장은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지난 정기국회에서 여야합의로 ‘1년연장’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적어도 2년은 연장돼야 잔여사건의 처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1년만 연장된 것으로도 다행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우리 유가족들의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3. 하지만 지금 우리 유가족의 심정은 침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어렵게 위원회의 활동기한을 1년 연장하게 되었는데, 사실상 그것이 무의미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가 위원회의 활동기한연장을 호소한 것은 조사의 연속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년 동안 우리 자식들 사건을 조사하던 조사관들이 다 쫓겨나게 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위원회는 연장이 되었는데,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던 조사관들을 다 내 쫓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4.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들 중에는 거의 조사가 마무리 되었거나, 부분적으로 조사가 진행된 사건도 적지 않습니다. 조사관이 교체되면 지금까지 조사한 것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오랜 시간 맘 졸이며 조사결과가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는데, 우리는 이제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5. 지금까지 위원회가 이루어낸 성과들은 조사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조사관들은 대기업 대졸 초봉 수준밖에 되지 않는 박봉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조사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오랜 세월 은폐되어 있던 진실이 밝혀지고, 부분적으로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국방부에선 없다고 했던 자료도 발로 뛰어 찾아내고,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모든 사건들이 속 시원히 밝혀지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밤낮없이 진실규명에 매달려온 그 진심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유가족들은 지난 3년간 땀 흘려 애써 온 조사관들을 신뢰합니다.
6. 우리 유가족들은 조사관을 교체하는 위원회 연장을 용인할 수 없습니다. 위원회는 이에 대해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만일 위원장 이하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할 수 없다면, 위원회가 대통령소속이니 청와대가 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또한 위원회의 인적구성과 운영에 대해 의문사유가족들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반영되어야합니다. 군의문사의 시작이 사수주체가 유가족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해 불신이 누적되고, 그로인한 의혹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유가족들은 청와대와 국방부가 위원회 조직이나 인력 구성의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면서도, 군의문사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므로 상식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사의 연속성을 헤칠 수도 있는 기존 조사관을 의식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쫓는 어처구니 없는 조치를 도저히 그대로 지켜볼 수 없습니다.
이는 군의문사 해결의지가 없다는 뜻이며, 또다시 우리 유가족을 철저히 기만하는 것입니다.
7. 모든 유가족의 뜻을 모아 간절히 호소합니다.
지금 당장 성실하고 유능한 조사관들에 대한 재계약과, 군 사망사고의 현장조사경험이 풍부하고, 유가족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사를 임용하여 중단 없이 내실있는 조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 1월 2일
군의문사 유가족 연대
박정현
▣..군 사상자 유가족연대 공지 (꼭 읽으시기 바람).. ▣ 
軍 사망.구타등 군사민원 2년간 554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