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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엔 바랄게 없다” 의문사 규명 진정 철회
의문사 유가족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낸 진정을 집단적으로 철회하기 시작했다. 법정 활동시한이 끝나가면서 사실상 ‘폐업’ 절차에 들어간 진실화해위와 정부에 대한 불신과 저항을 역설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의문사유가족대책위(대책위)는 17일 “지난 12일 1차로 박창수 사건 등 현재 조사가 미결된 28건 중 15건에 대한 ‘조사 중지 요청서’를 진실화해위에 제출했다”며 “유가족들과 협의해 추가로 진정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8일부터 의문사 미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9일간 진실화해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던 유가족들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은 셈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유가족의 불신과 답답함을 표현한 것이지만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며 “진실화해위가 조사를 중단하게 되면 유가족들 생전에 진상조사가 될 가능성이 많지 않아 상심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대책위는 진실화해위 농성을 종료한 지난달 26일 “진실화해위가 조사를 개시한 사건도 의지 부족으로 답보 상태였고 (경찰·국정원 등) 국가 폭압기구를 직권조사하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도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유가족들의 이 같은 극단적 결정에는 진실화해위가 법정 임기가 끝나면서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진정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 국가 차원의 조사가 불가능해진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위원회는 내년 4월까지만 가동하게 돼 있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ㆍ유가족, 진실화해위 활동 강한 불신…“각하땐 묻힐 우려에 후손들 몫으로” 심의를 통해 조사기간을 연장하면 추가로 2년 더 활동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 위원장과 위원들이 교체된 후에는 2005년 출범 때와 성격이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는 30일 임기 종료를 앞둔 안병욱 위원장이 제안한 ‘과거사연구재단’은 정부에서 답이 없는 상태다. 2005년 출범한 진실화해위에는 당초 2000년 만들어진 1·2기 의문사위에서 미제로 남았던 의문사 38건이 진정됐다. 하지만 활동 종료를 5개월여 앞두고 진상이 규명된 것은 4건에 불과하다. 수백일씩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 의문사위와 진실화해위 출범의 산파 역할을 했던 의문사 유가족들이 실망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991년 노동운동을 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박창수씨의 아버지는 “현 정권에서는 진상이 밝혀질 수 없다는 불신의 표현”이라면서 “내가 죽더라도 손주가 계속해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조사 중지를 요청하는 입장을 전달받고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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