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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경향사설
ㆍ작성일	2012년 2월 24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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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건빵·전투화·베레모…다음엔 무엇일까

이번엔 베레모다. 육군이 지난해 품질 기준을 바꿔 보풀이 심하게 이는 불량 베레모를 납품받았던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짝퉁’ 대공포 포신 사건, 곰팡이 햄버거와 저질 건빵 사건, 그리고 얼마 전에는 불량 신형 전투화 사건으로 군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군의 불량 납품 시리즈에 할 말을 잊는다.

불량 베레모는 군수조달 체계와 이를 다루는 군 당국자들의 의식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육군이 전투모를 베레모로 교체하기로 하고 2개 업체에 생산을 맡긴 것이 지난해 7월이었다. 하지만 52만여개를 생산하기로 계약한 업체는 설비부족으로 불과 1만6000개만 납품했다. 또 다른 업체가 납품한 사병용 10만여개는 규격 미달품으로 이 중 2만여개는 폐기처분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육군과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은 국군의날까지 전 육군 장병에게 베레모를 지급하기 위해 아예 규격기준을 완화해 불량 베레모 전량을 납품받았다. 납품업체의 생산능력도 모른 채 계약하고, 그것도 모자라 기준마저 바꿔 불량품을 납품받은 군 당국자들에게 어느 나라 군대 소속인지 묻고 싶다

감사원은 불량 베레모가 납품된 원인을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전문인력 부족, 특정업체의 독점 등을 꼽았다. 감사원의 진단이 너무 피상적이다. 감사원이 핵심을 피해갔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동안 숱한 군납 비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군은 군납업자와의 유착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짝퉁 대공포, 곰팡이 햄버거 등 사건의 이면에는 군의 선후배들로 연결된 비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 사건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불량 군수품이나 방산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방부는 비리 근절을 다짐했다. 그럼에도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처벌이 너무 가벼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방사청은 군대에 건빵, 햄버거 등을 납품하면서 가격을 담합하거나 뇌물을 준 업체 20곳에 대해 입찰금지 3~24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불량 납품 시리즈를 막으려면 업체와 관련자들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필수적인데도 군은 말만 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방부는 본보기로라도 불량 베레모 관련자들의 업무상 잘못뿐 아니라 비리 가능성을 규명해 처벌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수품 조달 체계를 보다 투명화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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