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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사상자 유가족연대  자유게시판 - Free Board


ㆍ작성자

관심 있는 사람

ㆍ작성일

2001-04-21 (토) 22:51
ㆍ조회: 2410       
난 광주의 전경이었다. <디코>

나는 광주의 전경이었다

이번 대우차노동자 <폭력진압사건>을 지켜보며
나름대로 씁쓸한 과거가 떠올라 가슴 아팠다.

피흘리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겹쳐 떠오르는 장면은 검은옷의 전경들이어서 괴롭기도 하다.
나는 전경들을 잊혀진 인권이라고 스스럼 없이 말하고 다닌다.
내가 전경이었기 때문이다.

난 광주의 전경이었다.

1992년 10월 9일 논산훈련소 입대.
1992년 12월 3일 광주광역시 기동대 입대.
1995년 2월 25일 제대.

내가 배치받은 기동대는 조금 다른 기동대다.
호남지역 학생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폭력경찰의 대명사인 모기동대였다.

"야~ 이새끼들아! 안디질려면 정신 똑바려 차려!"

내가 쫄병이었을때부터 고참들에게 들었었던말인데
난 이말을 고참이 되어서도 쫄병들에게 그대로 이야기 해야했다.
내가 행한 폭력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을까?
나는 자신할 수 없다.

당시의 데모는 지금의 데모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다.
그때는 데모하는측이나 진압하는측이나 서로 목숨걸어놓고 싸운적이 많았다.
서울지역 전경들은 그래도 기자들의 눈이 있기에 시위군중들에게 함부러 하지 못했지만,

광주의 전경들은 <남총련>이라는 조직화된 학생운동권을 상대해야 했기에,
비교적 경찰의 폭력성이 용인,묵인 되는 경향이었다.

두꺼운 진압복을 입을때도 있었고,
준사복을 입을때도 있었고,
완전사복을 입고 데모 진압을 하기도 했었다.

돌맞으면 아프다.
쇠파이프로 맞으면 어딘가는 부러진다.
오히려 화염병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김대중정부들어 최루탄없는 시위진압을 한다고 했다.
뻔했다. 유혈이 낭자하리란건 전경출신 누가봐도 뻔했다.

최루탄없는 시위진압은 김대중정부의 큰 과오가 될것이라 생각했다.
그건 과욕이었다.
단계별 축소, 또는 상황별 대처여야 했지,
일순간의 전면금지는 <맞어 죽어라>라는 소리밖엔 안된다.
시위대,진압경찰 모두에게 말이다.

선혈이 낭자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브라운관을 통해 보리라는건 명백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정부의 발목을 잡으리라 생각했다.
이번 대우차노동자 폭력진압이 그 절정이 된 셈이다.

최루탄이 없으면 시위대와 전경들은 말 그대로 치고박는 백병전을 치뤄야 한다.
생존권투쟁의 노동자들이나 이적의 굴레를 쓰고 일부 운동권 학생들은 거칠다.
일부 전경들 또한 거칠다. 이건 시위대든 전경이든 인간 본성이다.

그 거침에 대한 잘잘못을 이야기하려는게 아니다.
그런 상황이 뻔한데도 무탄진압을 고집하는 정권담당자들이 한심스러웠다는 이야기다.
평화시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의 희생의 대가라 하더라도 희생이 너무 크다.

데모를 하는 젊은이들과,
데모를 막는 젊은이들.

두편 모두 이시대의 젊은이인건 똑 같으나 그들은 정 반대의 편에서 상대방을 노려본다.
데모하는 젊은이들은 불타는 조국애와 민중사랑을 이야기하며 돌을 들고 있다.
데모를 막는 젊은이들은 <오늘도 무사히>를 속으로 기도하며 방패를 들고 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비극이었다.

나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게 만드는 학생운동권의 지휘부와,

전경의 지휘를 책임지는 경찰간부들을 상당히 미워했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들 <머리>라 불리는 양측의 지휘부들은 우리들을 그런 상황으로 내몰고 자기네들은 뒤에서 조종한다.

의미도 전혀 없고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시위를 진압하라는 지휘관들의 무전이 들려오면 눈 딱감고 시위대를 향해 달려간다.
먼저 최루탄을 쏘아 놓았기에 저항하는 시위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방적인 진압이었다.
거의 모든 경우는 체포하지 않는 해산용 진압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체포용 진압을 한다.
학생들이 많이 다쳤다.

양자간에 평화시위가 약속되었을시에도 긴장을 풀면 안된다.
군중심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폭발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평화시위 약속은 거의 다 깨졌었다.

전경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건 이른 새벽의 <기습>이라 불리는 시설물대상 기습시위이다.
광주지역은 그래도 좁고 정보경찰망이 단단하여 절반정도는 사전에 대비하여 막을 수 있으나,
그외 나머지 새벽의 기습들은 일방적인 전경들의 희생을 낳았었다.

난 그 새벽기습만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정권=전경> 이라는 그들 일부 시위대의 폭력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냄새나는 비좁은 천막안에서 잠자는 전경들이 무슨 죄가 있었을까?
천막안으로 화염병을 던진 학생들이 바라는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장비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고 숙소를 뛰쳐나오는 전경들을 때리는 학생들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심정이었을까?

학생들에게 포위당한적은 없지만 유사상황은 많이 있었었다.
서울지역의 평화진압원칙의 기동대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다.

갇히면 죽었다.
학생도 갇히면 죽도록 두둘겨 맞지만,
전경들도 갇히면 죽도록 두둘겨 맞는다.

학생이나 전경이나 말리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실컷 두둘겨 맞는건 양쪽다 마찬가지다.


이번 대우차노동자 폭력진압 동영상을 보았다.
이곳 저곳 게시판에 쏟아지는 분노도 보았다.
구조조정의 당위성이니, 노동자의 생존권보장이니 이런 이야긴 하지 않겠다.
그저 피상적인 느낌만을 덧붙여 적어 보고자 한다.

<폭력진압>이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문수가 주장하는 <계획된 만행>이란 말은 냄새나는 거짓말이다.

동료 경찰관들이 붙잡혀있는 상황하의 우발적 폭력진압은 인정하지만,
<계획된 만행>이라 말, <제2의 광주사태>라는 말은 인정하지 못한다.
김대중정권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나는 반대한다.

현장경찰지휘관의 잘못된 판단하의 진압명령이었다.
동료경찰관 구출을 위한 진압이라 할지라도 그건 명백히 잘못된 명령이었다.

지휘관 몇몇과 동료들이 포로로 잡혀있는 상황이라는면, 이미 젊은 전경들의 인내의 정도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포로로 감금된 전경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비디오 장면도 보았으나,
떨어져 있는 동료전경들은 시위대에 의해 가려진곳에 있는 동료들이
담배를 피우는지 두둘겨 맞고 있는지 알수가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충분히 흥분해있는 젊은 전경들에게,
동료를 구출하라며 고삐를 풀어준다는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가서 시위대를 밟아라>라는 말과 똑같은 명령이었다.
명백한 잘못이다.

박훈변호사에게도 나는 책임을 묻고 싶다.

정당한 법원명령집행이었다는게 분명했는데도 경찰이 막고 있었기에,
법을 배운 그로서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것 같다.
경찰의 진압전, 정당방위를 내세우며 <전경들을 죽지 않을만큼만 패라>는 말을 한다는건,
아무리 허풍이라고 하지만,
그 소리를 듣는 <노동자>들에게도,
죽지 않을만큼 맞아도 된다는 <전경>들에게도 큰 자극적요소가 되었을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박훈변호사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더 큰 잘못은 그런 상황에서 고삐를 놔버린 현장 지휘관에게 있지만.

난 이렇다. 비겁한 순수 양비론이다.

오직 김대중이 밉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팔아먹는 한나라당의 냄새나는 정치성 공략에는 지지를 보낼 수 없다.

너무 순수하기에 분노하는 노사모내의 다른 회원님들의 전면부정에도 심정적으론 그님들과 같이 하나, 방법론에서는 지지를 보낼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만큼은 양비론자이기 때문이다.


폭력진압에 대한 진실한 사과를 빨리 해야만 한다.
그리고 책임자 엄중 문책은 당연한 것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깨질건 뻔한데 왜 이렇게 시간을 끄는지 모르겠다.

사과는 그 사과주체의 <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태진정에 도움이 된다.
옷로비사건의 경우와 똑 같다.
감정적으로 흥분해 있는 전국민을 상대로 논리로 승부를 건다는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논리로는 상처만 커질 뿐이다.

노무현과 노사모에 대한 몇몇 님들의 순수한 실망감에는 뭐라 쉽게 말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억울하다.
이건 개인적인 나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해서 슬퍼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말아주셨으면 한다.


전경들의 잊혀진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 했으나 역시나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잊혀진 인권!
<전경>들은 결코 우리의 적이 아니다.
이말을 이해해 주신다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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