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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사상자 유가족연대  자유게시판 - Free Board


  "A few good man"
ㆍ작성자: 정재영   ㆍ작성일: 2003-12-17 (수) 03:23 ㆍ조회: 7228



우리는 흔히 군인을 사기를 먹고사는 사람들이라 말한다, 그런가하면 군인들을 보고 명예를 중시하는 신사라고도 한다, 학창시절 사관과 신사를 보고 멋진 해군장교가 되고픈 꿈을 꾸어본 젊은이도 있을 것이고, 영화 탑건은 세계적배우의 탄생과 함께 멋진 군인, 멋진 사관의 꿈을 수 많은 젊은이들에게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영화 "장군의 딸"은 야망을 가진 고휘지휘관이 조직논리와 타협하면서 빛어낸 군인아버지와 딸의 비극적인 종말을 실감나게 그려냈고, 쿠바의 맨 끝 관타나모에 주둔중인 미해병부대에서 사망한 병사의 사건과 관련하여 죽음의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려낸 "어퓨 굿맨"(A few good man, "소수정예"를 뜻함)역시 현역해병장교의 "명예와 정의감"을 자극함으로서 잔잔한 감동과 동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위 각기다른 네편의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다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인이든 군인이든 이 영화들을 본 관객이라면 모두가 군인의 명예와 장교의 정의감을 주제로한 영화라는 의견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위에든 영화들이 군인, 특히 장교로서의 "정의감과 명예"를 주제로한 작품들중 대표적인 작품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우리는 이들 영화에서 몇가지의 중요한 교훈을 얻게된다, 그것은 "군인에게 있어 명예는 목숨보다 소중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미해병대의 엄정한 군기와 멋이 드러나는 영화 "어퓨 굿맨"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의 가슴을 무겁게 짖누르는 것은, 군집단의 무지와 오도된 전통의식, 왜곡된 조직논리, 이를 무의식적으로 따르거나 추종하는 보통의 평범한 조직원들에 일상적인 행위가 얼마나 큰 비극을 불러올 수 있으며, 그러한 조직적, 야만적 행위들이 군인의 명예와 정의속에 감추어져 서슴없이 저질러질 수 있음에 대한 실망과 충격이기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추악한 진실들이 밝혀지는 것 또한 "군인의 명예와 정의감"을 통한 것이었음에 관객들 대부분은 박수를 치는 것으로 그들의 덕목을 높게 평가하고 인정했던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정의이든, 군인의 명예이든간에 진실의 승리이고, 양심의 승리라는 점에서 관객들은 당연한 감동을 느꼈고, 그래서 악당조차도 멋지고 명예로운 군인으로, 장교로 기억하는 것이다.


필자는 몇달전 전방의 모 보병사단 신교대에서 발생한 조교와 훈병간의 구타사고로 인해 피해자인 훈병이 중태에 빠져있다는 부모님들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적이 있었다.
사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이런류의 전화들에 익숙해있다보니 처음에는 그 병사가 죽지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이 필자의 마음을 그리 다급하게하지는 않았던 것같다.(물론 이런사고가 커지면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당황해하는 병사의 부모님을 진정시키고, 아이의 상태와 그간의 자초지종을 물은다음 연락처와 소속부대, 현재상황등을 확인한 다음 면담약속을 한뒤 즉시 아이가 입원중인 병원으로 갔다.

필자를 보자마자 기가막힌다는 표정으로 어이없어하시는 그 병사의 부모님들이야기(이런경우 부모들이 증언하는 내용들이란 한결같이 천편일률적이다)를 들어보니 자초지종은 이랬다.

대학을 휴학하고 입대한 그 병사가 소속보병사단의 신교대에서 훈련을 받던중, 취침점호를 앞두고 대부분의 예비역군인들이 입대초에 그러했듯 조그만 실수가 있었던모양이다.
그러자 담당하고있던 조교가 그 병사를 샤워장으로 데려가 발등을 워카발 뒷굼치로 짖밟고, 주먹과 발로 가슴과 복부등을 구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병사의 발톱은 새카맣게 죽은채 절반쯤 빠져있었고, 국군병원 군의관의 진료소견서에는 구타에 의한 급성신부전증과, 공포등 후유증에 의한 정신이상 4급판정이 내려져있었다.(정신이상 4급이면 군복무 부적격자에 해당된다, 신체 전부분에 4급판정이 3가지 이상일 경우 의가사 전역이다)
필자가 이 병사를 처음 면담한뒤 국군병원 담당군의관이 발급한 진찰소견서를 가지고 시중의 유명전문의에게 보인결과 3곳의 종합병원 의사들 모두가 "구타에 의한 급성 신부전증"이라는 공통된 진단을 내렸고, 동일한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이로서 담당군의관과 일반의들 모두의 진단이 일치함으로서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고, 국가, 또는 가해자에게 정당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게되었다.

필자가 위와같은 절차를 마침과 동시에 군입대전 이미 폭력과 절도등의 전력이 있었던 가해자가 소속부대 헌병대에 구속,수감되는 것을 확인한뒤 부모님과 피해병사를 안심시키고 돌아와 다른사고로 사망한 병사들의 유가족과 함께 전,후방의 부대들을 방문하고 있을때 그 병사의 부모님으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게되었다.
어떻게된 일인지 가해병사는 석방되고, 환자에게 구타피해가 있었음을 밝혀낸 군의관은 검찰관으로부터 진료소견의 진위를 의심받고 있으며, 더욱이 피해병사는 가해받은 사실이 정말 있는지 "거짓말탐지기조사"를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가해당한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담당군의관은 전문가로서의 소견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피해자는 중환자실에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피해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참으로 괴상한 일이다)

너무도 극명하게 확인된 사건이라서 안심했던 것이 실수였던 것이다.(혹시나 했던 안도감이 역시나로 나타나는 이런식의 어이없는 결과는 한국군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피해자가 지목한 가해자가 구타사실을 부인한다는 것인데, 가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도 없고, 본인역시 부인하므로 가해사실을 증명할 수가 없으니 처벌이 불가하며, 정작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해병사를 최초진단한 신교대의 군의관이 발급한 진료소견이 국군통합병원 전문의와 일반병원 전문의들의 진단과 상이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건에서 전치 20주이상의 진단을 받은 피해자의 피해상태와, 전문의들의 공통된 진료소견등으로 명백하게 증명되는 가해사실을 극구 부인하는 가해병사의 뻔뻔스런 자위행위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필자역시 그 병사가 겪고있는 군이라는 것을 다녀왔고, 그곳이 힘없는 징집병 개개인의 의지와 양심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실천조차도 어려운 현실임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범죄사실이 명백히 증명되는 가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눈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괴이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말못할 사정이 익히 짐작되는 젊은 검찰관의 타협된 법정의와,  청진기 한개, 아까징끼 몇병정도를 가지고 수백명의 신병들 건강관리를 책임진 젊은 군의관의 석연찮은 진단과 어울리지 않는 수사관질을 왜 해야했는지 그 의문을 지적하고싶지도 않다.


늦기는 했지만 군인의 명예와, 사관의 정의앞에, 고위지휘관으로서의 파멸을 각오한 고백을 통해 관객들로하여금 군인과 장교에 대한 감동과 믿음을 주었던 영화 "어퓨 굿맨"의 "코드 레드"가 한국군에서는 조직적으로 덥혀지고있다고 의심될까 두려움을 느낄뿐이다, 아울러 명예롭지 못했던 행위의 진실에 대한 고백때문이라기보다는 소속집단에 대한 배신감으로 자책하다 결국에는 자살을 택한  "A few good man"의 행위가 "군인의 멋"이나 "명예"로 오도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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