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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절벽 시대, 사람 귀한 줄 아는 군대 될까
ㆍ작성자: [경향신문] ㆍ작성일: 2016-06-18 (토) 19:14 ㆍ조회: 1462


경향신문 | 박은하 기자 | 입력 2016.06.18. 16:42

2013년부터 만 20세 남성 인구는 줄어들어 2022년에는 징병대상이 23만3000명으로 급감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상비군 50만명’이라는 기준을 고수하며 추가 감군 계획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데, 적정병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분말초내열합금, 차기 장거리 공중감시체계, 촉감 제시 비행 시뮬레이터, 저주파 송신기술…. 국방부가 포기하려 하고 있는 수많은 연구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국방부가 (포기의 대가로) 얻는 것은 병력 2500명뿐입니다.”

육군 30사단 기갑수색대대 장병들이 2014년 8월 8일 오전 부대 내 대강당에서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28사단 가혹행위 사건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이후 육·해·공 전군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에 따라 전국 각급부대별로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육군 30사단 기갑수색대대 장병들이 2014년 8월 8일 오전 부대 내 대강당에서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28사단 가혹행위 사건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이후 육·해·공 전군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에 따라 전국 각급부대별로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6월 3일 오전 카이스트·유니스트·고려대·연세대·서울대 등 12개 대학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폐지 특별대책위원회’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제도 단계적 축소·폐지 방침에 대한 반대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대책위는 “전문연구요원 폐지 계획이 갑작스럽게 알려지면서 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학원 합격자들조차 입학을 취소하고, 서둘러 외국 대학원으로 떠나려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며 “당사자인 학생들조차 배제하고 진행된 정책 결정과정은 그 자체로도 엄연히 국가 폭력”이라고 밝혔다. 올해 서울의 한 공대 석사과정에 진학해 첫 학기를 보낸 이모씨(25)는 “전문연구요원 제도 때문에 국내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2019년부터 전문연구요원의 선발인원을 대폭 줄인다고 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지금도 경쟁이 치열해 텝스 800점 이상의 고도의 영어실력이 요구된다. 3~4회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 영어실력이면 ‘차라리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거나 유학을 가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빨리 포기해야 하나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국방부가 지정한 대학 내지 연구기관 소속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 중 선발해 3년간 연구활동으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대체복무제도다. 산업체 근무로 군복무를 대체하도록 하는 산업기능요원과 더불어 1973년부터 시행됐다. 국방부는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한 입영대상자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며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선발 인원을 축소해 2023년 더 이상 전문연구요원을 선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산업기능요원은 선발 인원을 2019년 4000명에서 매년 1000명씩 줄여 2023년에는 뽑지 않기로 했다. 전문연구요원은 2020년부터 매년 500명씩 줄일 계획이다.

과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브릭 과학기술인 회원’을 대상으로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 방침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다음날인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4194명이 참여해 89%가 국방부의 방침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전문연구요원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전국 12개 대학 이공계 학생회 중심으로 대책위도 꾸려졌다. 1만4696명이 대책위의 반대 서명인 모집에 동참했다. 19일 국회에서는 포스텍 연구자 출신인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도 열었다. 국방부의 방침에 학계 전체가 반발해 군·학(軍學) 충돌로 이어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군은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만큼, 군과 과학기술계가 충돌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대책위는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폐지되면 국방부가 포스텍 한 곳과 진행하는 연구과제만 하더라도 23%가 중단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발이 확산되자 국방부는 브리핑을 열고 “대체복무 폐지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 중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연구요원뿐 아니라 현역복무를 대체하는 각종 특례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을 함께 밝혀 ‘병력자원 수급 감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방부가 발표한 특례요원은 올해 기준 2만8000여명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 6000명, 연구소와 대학 등 전문연구요원 2500명, 의무경찰·해양의무경찰·의무소방관 등 전환복무요원 1만6700여명 등이 주요 감축·폐지 대상이다. 보충역 자원인 사회복무요원 등 2만8000여명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나 산업기능요원 제도에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해주기도 하지만 병역면탈의 우회로로 사용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공계에만 적용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 역시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40년 이상 유지돼 온 데다, 국방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과학기술 정책을 단번에 뒤흔드는 것은 이례적이다. 산업기능요원 축소는 여당인 새누리당 총선 공약과도 어긋난다.

병사 한 명이 아쉬울 정도로 국방부는 다급한 것일까.

‘병력자원 급감’에 대한 국방부의 우려는 근거가 있다. 통계청 인구추계를 보면 등락은 있었지만 2011년까지 완만하게 증가하던 만 20세 남성 인구는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한꺼번에 4만명이 줄어들어 30만명 선이 무너지는 ‘2022년’은 ‘병역자원 절벽’으로 볼 만하다. 2022년이면 징병대상이 지난해 33만1000명에 비해 약 10만명이나 줄어든 23만3000명으로 급감한다. 군사전문가들은 2020년 이후로는 입영대상자들의 수가 기존 병력 수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국방제도의 근간인 ‘징병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는 2020년까지 병력규모를 약 50만명으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국방부는 병역특례제도 폐지 외에도 현역 입영기준을 강화하고, 현재 사병들이 담당하는 단순업무를 외주화해 병사는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마련했다.

현재 63만3000명 선인 한국군의 규모는 2022년 52만명 선으로 줄어든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3월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4~2030에 담긴 내용이다. 지난 3월 국방부는 우리 군의 상비병력을 52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이 중 40% 이상을 간부로 편성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국군의 상비병력은 현재 63만3000명에서 오는 2022년까지 52만2000명으로, 11만1000명이 줄어든다. 해군(4만1000명)과 공군(6만5000명), 해병대(2만9000명)는 병력규모에 변화가 없지만, 육군은 현재의 49만8000명에서 38만7000명으로 줄어든다. 양적 규모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개편해 군은 현재 29.4%인 간부 비율을 2025년까지 40% 이상으로 높인다.

사병 규모를 축소하고 육군 위주의 편제를 개편하는 방향의 국방계획은 수십 년 전부터 진행돼 왔다. 인구변화뿐 아니라 전반적인 전쟁양상과 전술의 변화, 한반도 냉전구도 완화, 국방개혁 등을 감안한 조치였다. 1991년 68만명 선을 달성한 사병 규모는 복무기간 단축을 통해 이뤄져 왔다. 육군 기준 30개월이던 복무기간은 1993년 26개월로 단축됐다.

적정한 군 규모에 대한 목표가 제시되고 국방개혁 로드맵 안에서 감군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참여정부 때이다. 2005년 9월 13일 국방부는 ‘21세기 선진 정예 국방을 위한 국방개혁 2020(안)’을 발표했다. 국방의 문민 기반 확대(군은 전투임무 수행 전념), 현대전 양상에 부합된 군 구조·전력체계 구축, 저비용·고효율의 국방 관리체제로 혁신, 시대 상황에 부응하는 병영문화 개선 등이 핵심 과제였다. 계획대로라면 당시 68만명이던 군 규모는 2020년에는 18만명이 줄어든 50만명이 된다. 육군의 경우 1군과 3군 사령부가 지상작전사령부로 통합되고 2군사령부는 후방작전사령부로 전환되는 등 지휘체계도 단순화되며, 사단급 부대의 수도 47개에서 절반가량 줄어들게 된다. 국방비는 해마다 11% 증가해 15년간 총 638조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병력을 줄이는 대신, 최첨단 무기를 구입해 타격능력을 현재의 1.8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군 복무기간도 단계적으로 단축돼 2014년이면 18개월만 복무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군 규모가 50만명 이하로 줄어들면 모병제 전환을 검토하도록 돼 있다.

‘국방개혁 2020’은 발표 이후 진보와 보수 양쪽의 공격을 받았다. 보수 측에서는 북한이 110만명의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자발적인 감군’은 안보위협을 부른다고 주장했다. 군을 중심으로 복무기한 18개월은 병사를 운용하기에 너무 짧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국방비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증액됐을 뿐 아니라, 감축 규모가 기대치보다 낮다는 점을 비판했다. 50만의 병력 규모 역시 ‘슬림화, 경량화’와 거리가 멀고, 300만명 이상의 예비군 규모 역시 막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국방개혁위원회의 군 감축안에서는 2015년까지 40만~50만명으로 감축하자고 했으니, 감축규모만 보면 후퇴한 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당시 개혁에 대해 “미흡한 점은 있지만 군 스스로가 18만명 감군을 선택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개혁 2020’은 ‘국방개혁 307’로 대체됐다. 2009~2010년 발생한 천안함, 연평도 사건의 영향이 컸다. ‘주적’ 개념이 부활하고, 합동참모본부의 전술 및 군정 권한이 강화됐다. 전반적으로 참여정부 시절 ‘군 주요 권한의 민정 이양’이라는 틀은 완전히 바뀌었다.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한이 2007년 기준 21개월까지 줄어든 데서 멈췄다. 반면 ‘상비군 50만명’이라는 감군 기조와 기준만큼은 유지됐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감군’의 시행 마지노선을 조금씩 미뤄 왔다. 이명박 정부는 2020년이던 감군 시한을 2022년으로 연장했다.

문제는 저출산 효과로 병력자원의 감소 속도가 더 빨라졌는데도 추가 감군 등의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시절 설정한 ‘50만’ 선이 깨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가 기존 병역자원을 ‘충당’하는 데 역량을 기울여야 하게 됐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감군 시한을 10년 연장했다. 지난해 10월 20일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를 통해 50만 감군 시한은 10년을 더 늦춘 2030년까지로 연장됐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간부는 연간 3500여명씩 증원하고, 병은 연간 1만2000여명씩 감축해야 한다. 간부의 감축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안이 나오지 않았다.

감군, 특히 육군 중심의 감군에 전면 반대하는 기류도 있다. 2012년 6월 한국경제연구원 이춘근 박사와 합동참모대학 권혁철 교수는 경기 포천에서 열린 ‘2012 육군 토론회’에서 기존 육군 병력을 42만명 선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발표했다.

핵심 근거는 북한 붕괴론이다. 전쟁 양상의 변화로 군대를 해·공군 중심으로 편제하고, 사병의 수를 줄이고, 첨단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국방개혁 2020을 비롯한 감군의 주된 논리였다. 반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북한 사회를 유지·통제하는 데 막대한 규모의 지상군이 필요하고, 이를 육군이 해야 하기 때문에 감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15년에 발표된 미 우파성향 국방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감군 불가론’의 근거로 거론된다. 랜드연구소가 2015년 9월 발표한 ‘우리에게 필요한 육군 만들기’라는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중국군이 한반도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 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를 조속히 제거하기 위해 미국 지상군을 15만명 추가로 늘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도 한반도 배치 지상군을 늘려야 하는 판에 감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육군의 논리다. ‘북한 붕괴론’ 자체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박을 받는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한반도평화연구원 칼럼에서 “북한에는 붕괴 억제요인이 공존하고 있다. 체제 불안정성과 동시에 체제 안정성이 내재화되어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발생과 함께 사회통합력이 유지되고 있기도 하다.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가 위기임과 동시에 그 공백을 민간 주도의 시장기제가 채워가면서 역설적으로 경제난을 그럭저럭 버티게 하고 있다”고 북한 붕괴론을 반박했다. 한국국방연구원 보고서도 북한 붕괴론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이 2015년 6월에 쓴 보고서에서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이 필요하지만 “북한에서 궁정쿠데타, 인민봉기 등 급변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소개하고 있다.

국방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라크 전쟁의 사례만 보더라도 전쟁 이후 군이 지역을 점령해 안정화시키는 작전은 실패했다. 북한붕괴론은 불확실하고 변수가 많다. 설령 대규모군이 필요하다면 300만 예비군도 있다. 인구추계상 50만 군대 유지가 불가능하다면 군이 사회변화에 맞춰야 하는데 북한붕괴론을 믿고 군 규모를 사회가 감당 못하게 유지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원내정당 중에서는 정의당이 유일하게 40만명 선으로 병력규모 목표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3월 정의당 총선 공약을 발표하면서 “2025년 21세가 되는 남아의 수는 22만5000명으로, 현재보다 11만명이나 줄어들게 된다”면서 “50만의 군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과감한 감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국방공약은 병력규모를 2025년까지 40만명 규모로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정의당은 홈페이지에 “2025년까지 징병제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의무복무자는 후방과 비전투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할 것이다. 의무복무자 중 매년 2만5000명을 모집해 4년간 전투 및 전문분야에서 전문병사로 복무토록 한다. 다시 이들 중 장기복무자를 선발함으로써 사실상 전투와 전문분야는 완전히 직업군인으로 충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럴 경우 2025년 40만명 규모의 우리 군은 간부 20만, 전문병사 10만, 의무병 10만으로 구성되는 전문 직업군대로 전환한다는 그림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병력자원을 줄이지 못한다는 주장은 북한 붕괴론 및 북한군의 전력, 전쟁 발발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공포마케팅에서 출발한다. 안보는 군사력뿐 아니라 정치·외교 등 다양한 층위에서 결정된다. 안보를 위협하는 진짜 문제는 공포마케팅에 근거한 안보위협이 아니라 인사가 적체되고 규모 유지에만 급급한 군 자체”라고 지적했다.

2013년 2월 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징병검사 대상자들이 검사를 받는 동안 특별사법수사관이 징병대상자들의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2013년 2월 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징병검사 대상자들이 검사를 받는 동안 특별사법수사관이 징병대상자들의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정의당에 따르면 50만명 병력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자살 우려자로 분류돼 연간 3000명이 넘는 병사들이 그린캠프에 수용된다. 그럼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병수가 연 평균 100여명에 달한다. “인구 감소로 부적응자까지 마구잡이로 징집하는 게 현실입니다. 지금 우리 군은 신체허약자, 심리이상자, 인지능력저하자를 포함해 입영대상자 중 무려 89%를 징집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도한 징병으로 병영은 거대한 집단수용소가 돼버렸습니다. 끊임없이 병사들을 감시하고, 타이르고, 윽박지르는 것이 초급간부들의 주된 일이 돼 군내 인권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최전방 근무자들의 경우 밤 10시가 돼도 퇴근하지 못하고, 하루 평균 15시간씩 근무하는 실정입니다”(3월 17일 심상정 대표 공약 발표 내용) 무리한 병영 규모 유지는 병사 인권문제와도 연동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감군 정책안이 필요한 이유는 ‘대체복무제를 확산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요구와도 연관된다.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점과 대체복무제도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대한변협 인권위원이던 오재창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법은 세계 자유권 규약에 어긋나며 국가는 대체복무 입법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임천영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북한의 위협과 병력자원 부족”을 이유로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이 관점에서 전문연구요원 폐지를 다시 볼 필요성이 있다.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폐지 특별대책위원회’도 “많은 이공계 박사 연구자들의 인생이 걸려 있는 병역문제를 당사자와 논의도 없이 국방부가 결정했다는 점은 문제”라며 국민을 병역자원으로만 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방부의 일방적인 대체복무제 폐지는 ‘병력 2500명’과 ‘첨단과학기술 성과’ 간 손익계산뿐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가 드러나는 문제라는 것이다.

임재성 평화연구자는 “전문연구요원 등 대체복무제도의 대부분이 복무방식이 다양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없이 만들어져 특권처럼 비춰지고 논의의 틀이 좁아졌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에서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는 것보다 정예병 중심으로 운용하는 추세고 모두를 징집 대상으로 하는 징병제에서 복무형태가 다양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라면서 “사회복무가 현역과 대등한 방식으로 정착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반대 넘지 못하는 군대 인권개선 법안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2014년 한 해 벌어진 육군 28사단 폭행치사사건과 동부전선 22사단 GOP 총격사건은 병영 내 가혹행위와 이를 근절할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다시금 불붙였다. 특히 28사단 폭행치사사건은 군의 인권침해 은폐시도로 더욱 공분을 샀다. 28사단 폭행치사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후 8월 4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여야 공동으로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10월 31일 ‘군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군인권개선특위)’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군에 인권보호관을 두고 국방부와 군을 향한 자료제출요구권, 진술요구권, 불시방문 조사권, 긴급구제조치 권고권, 검찰 고발권 등 실효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도 ‘반드시 필요한 39개 정책개선과제’에 포함시켰다. 군 사법체계도 수술대에 올랐다. 군사법원 재판관의 일부를 법조인 자격이 없는 일반장교가 맡도록 한 현행 심판관 제도를 폐지하고, 군 지휘관들이 군사법원에서 선고된 형량을 임의대로 줄일 수 있는 권한인 ‘관할관 확인조치권’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각계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던 것들이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은 표결에 참여한 19대 국회의원 222명 중 216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실제 법안은 어땠을까. 같은 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현행 국방부 산하 군사법원을 유지하고, 확인조치권과 심판관 제도도 사실상 국방부의 반대의견을 넘지 못하고 적용범위만 일부 제한하는 것에 그친 내용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제출했다. 국회는 군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국방부는 ‘인권’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군 옴부즈만 제도에 반발했고, 여야는 ‘민감사안’인 인권보호관 제도를 제외하고 타협을 시도했다. 총 10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국방부는 심사대상 10개 법안 중 5개 주요 제정법안 5개 가운데 유일하게 ‘군 옴부즈만’에 대한 논의가 없고 군인으로서의 복무자세와 책임, 의무를 규정하는 데 초점을 둔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의 법안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 의원은 군 출신이었다. 군 인권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내용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반복됐다. 국방부가 완강하게 반대하고 여야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독립적 군 옴부즈만 설치는 유야무야됐고, 군 사법개혁도 물건너갔다.

2011년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에 군인권법 제정 등을 권고했다. 군으로부터 독립된 옴부즈만을 두고 지속적인 인권 감시와 고발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이 만들어졌으나 당시에도 유야무야됐다. 군 옴부즈만 설치와 사법개혁은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 공약으로 제시됐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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